미묘하면서도 섬세해서 관객이 영화 속으로 젖어 들어 상념에 잠기게 하는 탁월한 작품 영화 <헤어질 결심>의 줄거리와 주인공, 그리고 영화 속 핵심 키워드를 통해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알아본다.
<헤어질 결심> 줄거리
부산의 구소산 정상에서 추락한 남자의 변사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심문한다. 서래는 자신이 돌보던 어머니를 그녀가 원하는 대로 죽게 한 후 할아버지의 유산이 있다는 한국으로 와서 결혼한 중국인이다. 잠복수사를 하면서 서래를 지켜보던 해준은 서래에게 끌리게 되고 사건은 서래의 무혐의로 종결한다. 하지만 사실 남편을 살해한 사람은 서래였다. 고소공포증으로 높은 산을 오르는 걸 싫어하는 서래를 남편 기도수는 계속해서 산에 같이 가자고 한다. 산에 가는 것을 거절하는 서래를 남편은 구타하기도 하고 중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서래는 돌보던 할머니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든 채 미리 산에 올라가서 남편을 밀어 살해한 것이었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해준은 사건의 증거품인 휴대전화를 바다에 던지라고 말하고는 서래를 떠난다. 하지만 서래는 해준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부산을 떠나 아내 정안이 있는 이포로 간 해준은 호신과 재혼을 한 서래를 만나게 된다. 얼마 후 집 수영장에서 호신은 죽은 채 발견되고 해준은 또 수사를 맡게 된다. 해준은 서래를 의심한다. 하지만 진범은 다른 사람이었다. 서래는 해준이 자신에게 줬던 휴대전화를 다시 그에게 건넨다. 그리고 자신은 멀리 떨어진 바다로 갔고 그곳에서 깊은 구덩이를 파고 최후를 맞는다.
영화 주인공 이야기
서래역
세계적인 배우로 국내관객들에게도 사랑받는 배우 탕웨이가 극 중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서래 캐릭터를 맡았다. 서래는 어머니를 원하는 대로 죽게 한 후 한국의 남자 기도수와 결혼을 한 중국인으로 기도수의 죽음으로 인해 해준을 알게 된다. 서래는 해준에게 사랑을 느끼고 결국 해준에게 미결사건을 남기고 죽는 여주인공이다. 서래의 직업은 출장 간병인이다. 차분하고 꼿꼿한 여자다. 사랑 없는 결혼을 두 번이나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인 해준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되고 싶어서 죽음을 택하는 여자다. 어쩌면 서래는 사랑이 전부인 여자주인공이다.
해준 역
매작품마다 새로운 얼굴로 거듭 변신하며 폭넓은 연기를 선보여온 배우 박해일이 청결하고 예의 바른 형사 해준 캐릭터를 맡았다. 부산 서부경찰서 강력팀장으로 최연소로 경감이 될 정도로 유능한 형사이다.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해준은 정서적인 공허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이는 그가 주말부부인 아내와 만났을 때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변사사건의 피해자로 만난 서래를 만나면서 새로운 안정을 찾는 자신의 모습에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서래를 사랑하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지만 현실과 이성을 선택하는 남자주인공이다.
영화 속 핵심 키워드
<키워드 1>불면증 : 해준은 1시간에 마흔 번 넘게 잠에서 깬다. 영화 전반에 걸친 그의 무표정이 말해주듯 해준은 마치 풍요 속에 결핍에 빠진 인물처럼 보인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삶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오랜 정서적 결핍이 내장되어 있다. 집에서도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감정 없이 아내와 사랑을 나눈다. 그런 해준에게 서래는 본능적인 이끌림과 안정감을 선사한다. 해준에게 운명은 아내 정안이 아닌 서래처럼 느껴진다. 해준에게 불면증은 해소되지 않는 결핍과 가식적인 감정의 표출이다. 불면증은 그가 일상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감정에 빠져들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키워드 2>안개: 사건해결에 대한 욕구와 서래에게 끌리는 본능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해준을 잘 표현한다. 영화전체에 깔린 안개는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과 혼란스러운 마음과 표현한다.
<키워드 3>인공눈물: 해준은 자주 인공눈물을 넣는다. 건조한 눈에 일시적으로 습기를 채워 정확하고 이성적으로 보려는 해준의 행동이지만 영화가 계속되면서 인공눈물이 흡수되기 전 오히려 더 뿌연 안개처럼 보이는 화면은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형사로서의 욕심과 그녀가 범인이 아니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부딪히는 순간이다.
<키워드 4>바다: 바다를 좋아하는 서래는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해준이 절대로 찾을 수 없도록 스스로 백사장 안에 갇힌다. 그것이 자신이 죽더라도 이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해준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출렁이는 바다로 남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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